• 교육원소개
  • 원장 인사말

원장 인사말

Postech Institute for Civic Education

올 1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길고 어두웠던 팬데믹이라는 터널의 끝이 가까워진 걸까요. ‘터널의 끝’이라고 하면 저는 항상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가 떠오릅니다. 그리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독사에게 물려 생명을 잃은 후 괴로워하다 저승으로 찾아갑니다. 그의 리라 연주와 노래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저승의 신 하데스마저 감동해 오르페우스에게 에우리디케를 내주지요. 하지만 이승에 도달하기 전까지 절대 그녀를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프장스 화가 카미유 코로(Camille Corot - 1796 ~ 1875)는 이 둘이 마침내 지하 세계를 빠져나와 이승에 도달하기 직전의 순간을 그렸습니다. 그림 오른쪽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푸른 나무들이 뚜렷하게 그려졌는데, 왼쪽으로 갈수록 점점 흐려져 끝네 이르면 뿌연 안개가 눈앞을 가린 듯 어슴푸레한 회색으로 가즉한 공간이 있습니다. 마치 왼쪽의 죽음의 세계에서부터 모든 것이 생생한 오른쪽의 이승으로 나아가는 오르페우스의 여행이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것 같지요. 검은 망토를 두른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횃불처럼 치켜든 채 힘차게 걷습니다. 죽음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해 창백한 에우리디케는 힘없이 그 뒤를 따르고, 멀리서는 흐릿한 유령들이 이들을 지켜봅니다.

결말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 새드 엔딩입니다.이승을 목전에 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본 오르페우스가 영영 에우리디케를 놓쳐버립니다. 안그래도 스산한 그림이 더욱 쓸쓸합니다. 흔히 오르페우스 신화는 믿음이 부족한 자, 약속을 어긴 자가 받는 형벌의 우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도 모를 터널처럼 어둡고 좁은 길을 걸을 때,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도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제대로 바라볼 수도없다면, 과연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목적지에 도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쩌면 하데스는 처음부터 에우리디케를 내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로 다섯 번 째 해를 맞이한 문명시민교육원도 고로나-19를 거치며 나름의 두터운 터널을 지났습니다. 그 동안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내 걸어올 수 있도록 늘 성원해 주시고, 곁에서 지켜주신 포항 시민, 포스텍 가족, 포스코 구성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꽃길이든 흙먼지 길이든 저희도 여러분과 함께 겆는 이웃이 되기 위해 올해도 노렸하겠습니다.

문명시민교육원장 우정아 드림